
1분기 내내 채권 시장을 짓눌렀던 논리는 단순했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부르고,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을 부른다. 그런데 3월 말을 넘어서면서 같은 데이터를 다르게 읽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존 오서스(John Authers)는 3월 31일 "성장 한계가 인플레이션 위험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썼다. 이란 전쟁이 인플레이션 충격이 아니라 경기침체 충격으로 재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핵심 요약
1분기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2%에서 4.3%로 상승했으며, 2년물은 3월 한 달간 약 50bp 급등해 2024년 10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장기 국채를 비롯한 주요 미국 채권 카테고리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12개월 경기침체 확률을 연초 20%에서 세 차례 상향 조정해 30%로 제시했으며, 이는 2026년 연초 대비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모닝스타(Morningstar)는 "1분기에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배했지만, 이제 성장 둔화 우려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레딧 파생상품 거래량은 1분기 약 4조 5,0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이는 2025년 4월 관세 충격 당시 기록보다 36% 높다. 골드만삭스는 경기침체를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하지 않으면서도 연말까지 연준 금리 인하 2회를 전망했다.
채권 시장의 1분기 성적표
3월 월간 급등폭
(2024년 10월 이후 최대)
1분기 말 기준
(연초 4.20%에서 상승)
역대 최고치 경신
(전 고점 대비 +36%)
인플레이션 베팅에서 경기침체 베팅으로의 전환 논리
유가 급등이 왜 채권 매도가 아닌 채권 매수로 이어지는가. 블룸버그는 3월 31일 분석에서 역사적 선례를 들어 설명했다. 고유가가 촉발한 에너지 충격은 통상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아닌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금리 인하로 귀결된다. 즉 유가 충격의 최종 목적지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수요 파괴다.
이 논리는 모닝스타의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 사이의 줄다리기" 표현이 보여주듯, 두 힘이 공존한다. 다만 이제 성장 둔화가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H2 성장률을 1.25~1.75%로 전망하며 이를 "거의 정체 속도(stall speed)"라고 표현했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2.1%다.
경기침체 확률 경쟁도 주목할 만하다. 골드만삭스 30%를 시작으로, EY-파르테논(EY-Parthenon)은 40%,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Mark Zandi)는 48.6%를 제시했다. 역사적 무조건부 기준선이 약 15~20%임을 감안하면, 모든 주요 예측 기관이 현재 기준선의 두 배 이상에 있다.
골드만삭스의 엇갈린 신호
| 기관 | 경기침체 확률 | 핵심 전망 |
|---|---|---|
| 골드만삭스 | 30% (연초 20%→25%→30%) | 연말까지 연준 금리 인하 2회 전망, 4월 "건설적" 시장 뷰 |
| EY-파르테논 | 40% | 이란 분쟁 이전 35%에서 상향 |
| 무디스 애널리틱스 | 48.6% | "동전 던지기에 가깝다", 고유가 지속 시 50% 돌파 경고 |
골드만삭스가 경기침체 확률을 세 번 상향하면서도 4월에 "건설적인" 주식 전망을 동시에 내놓은 것은 모순처럼 보인다. 논리는 이렇다. 골드만삭스는 3월 매도세가 "과잉 투기 포지션을 청산했다"고 평가하며 S&P 500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12%의 연간 EPS 성장을 전망했다. 경기침체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 않으면서도 하방 위험에 대한 헤징을 동시에 권고하는 구조다.
방어 베팅의 방향
UBS 자산관리 CIO 마크 하펠레(Mark Haefele)가 단기채권 매수를 권고한 논리는 간결하다. 분쟁이 지속돼 성장 충격이 현실화되든, 분쟁이 해소돼 금리 인상 기대가 완화되든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채권 수익률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도 "성장 우려로의 완전한 전환 시 채권의 헤지 기능이 일시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유사한 논거를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다른 경고를 추가했다. 미국의 방위비 지출 증가로 재정 적자가 확대되면 장기 국채 수익률에 상방 압력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보유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고, 이는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에 역풍이 된다. 채권 시장의 현재 내기가 경기침체 베팅으로 굳어지는지, 아니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상하는지를 판단할 다음 데이터 포인트는 4월 CPI와 연준의 후속 발언이다.
참고자료
Bloomberg Opinion — "Iran War: Why Bond Markets Are Changing Their Mind" (2026.03.31) https://www.bloomberg.com/opinion/newsletters/2026-03-31/iran-war-why-bond-markets-are-changing-their-mind
Morningstar — "For Bonds, a Tug of War Between Rising Inflation and Slowing Growth" (2026.04.03) https://www.morningstar.com/markets/bonds-tug-war-between-rising-inflation-slowing-growth
Fortune — "Goldman raises recession odds to 30% on higher inflation, lower GDP outlook" (2026.03.25) https://fortune.com/2026/03/25/will-there-be-recession-goldman-forecast-oil-price-inflation-economy/
Bloomberg — "Bond Traders Set Up for Jobs Data With Iran War Still Main Focus" (2026.04.02)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6-04-02/bond-traders-set-up-for-jobs-data-with-iran-war-still-main-focus
Bloomberg — "Credit Derivative Trading Shatters Records on Iran War, AI Fears" (2026.04.01)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6-04-01/credit-derivative-trading-shatters-records-on-iran-war-ai-fears
Morgan Stanley — "Iran War Oil Shock: Stock Market Impacts" https://www.morganstanley.com/insights/articles/iran-war-oil-shock-stock-market-imp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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