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리 가격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형성되며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026년 1월 초 미터톤당 13,000달러를 돌파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수요 급증과 제한적인 글로벌 공급이 맞물리면서 구리와 이를 채굴·제조하는 기업들의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한계에 도달한 시장
구리 시장은 분석가들이 구조적 공급 부족 상태라고 표현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J.P. 모건 글로벌 리서치는 2026년 전 세계 정제 구리 공급 부족량이 약 33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도 이전에 공급 과잉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15만 톤 이상의 공급 부족을 전망하며 입장을 선회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구리를 전기화 및 AI 인프라 수요의 핵심 수혜 금속으로 지목하며 강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AI 기반 데이터센터들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구리를 소비하고 있다. 초대형 AI 시설 한 곳에서 전력 배분·접지·냉각 시스템에 필요한 구리는 최대 5만 톤으로, 이는 기존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양의 약 3~4배에 달한다. J.P. 모건은 데이터센터의 구리 수요만 2026년에 약 47만 5천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이는 전년 대비 약 11만 톤 증가한 수치다. J.P. 모건 원자재 리서치 헤드 그레고리 셰어러(Gregory Shearer)는 "데이터센터 컴퓨팅 수요의 지속적인 급증은 구리 시장에 매우 중요한 화두이며, 2026년 데이터센터 설치에서 약 47만 5천 톤의 구리 수요로 전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1월에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가 리오 틴토(Rio Tinto)와 애리조나 광산에서 생산되는 국내산 구리를 구매하는 2년 계약을 체결했다. Axios는 이것이 저탄소 구리를 AI 인프라와 직접 연계한 최초의 계약이라고 보도했다.
공급 충격: 그레이스버그와 관세 압력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5년 9월 8일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세계 2위 구리 생산 시설인 프리포트-맥모란(Freeport-McMoRan)의 그레이스버그(Grasberg) 광산에서 약 80만 톤의 토사가 광산 내부로 쏟아지는 산사태가 발생해 7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이 사고로 인한 불가항력 선언이 이루어졌으며, 골드만삭스는 이 사건으로 인한 전 세계 구리 광산 공급 손실이 약 52만 5천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2026년 공급 전망을 20만 톤 하향했다.
최근 투자자 콜에서 CEO 캐슬린 퀴르크(Kathleen Quirk)는 "토사 제거 및 인프라 복구 작업이 대부분 완료됐다"며 그레이스버그 블록 케이브 광산의 단계적 재가동이 2분기를 목표로 진행 중이고, 올해 하반기까지 생산량의 85%가 복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이스버그는 세계 2위 구리 광산으로, 사고 이전 글로벌 채굴 구리의 약 3%를 공급했다.
여기에 관세 변수가 더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구리 관련 232조 관세 부과 논의가 지속되면서 미국 창고로의 대량 사재기 현상이 발생했다. 2026년 1월 COMEX 창고 재고는 50만 3,400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미국 밖의 글로벌 시장에서 완충재가 사라지는 효과를 낳고 있다. 카오스 터너리 퓨처스(Chaos Ternary Futures) 리서치 헤드 리 쉐즈히(Li Xuezhi)는 "재고가 미국 내에 갇혀 있어 완충재가 사라졌고, 다른 모든 이들이 쟁탈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 기관 | 2026년 공급 부족 전망 | 주요 근거 |
|---|---|---|
| J.P. 모건 글로벌 리서치 | 약 33만 톤 | AI 수요 급증 + 광산 공급 부족 |
| 국제구리연구그룹(ICSG) | 15만 톤 이상 | 공급 과잉 전망에서 부족으로 선회 |
| 시티(Citi) | 약 40만 톤 | 그레이스버그 충격 + AI 수요 |
| BMI(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 | 약 40만 톤 | 기존 7.2만 톤에서 대폭 상향 |
광산업체들, 구리의 미래에 대규모 투자
북미 구리 생산업체들이 투자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캡스톤 코퍼(Capstone Copper)는 2026년 20만~23만 톤 생산을 전망하며 총 유지 자본지출 2억 7천만 달러와 탐사 지출 7천만 달러를 계획했다. 허드베이 미네랄스(Hudbay Minerals)는 2025년 기록적인 매출과 EBITDA를 달성하며 분기 배당금을 두 배로 늘렸고, 2026년 자본지출을 유지 비용 4억 3천 5백만 달러와 성장 투자 1억 4천만 달러로 증액했다. 텍 리소시스(Teck Resources)는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과의 합병 작업과 함께 칠레 케브라다 블랑카(Quebrada Blanca) 광산 증설에 최대 20억 달러 자본지출을 예상했다.
225년 역사의 레버 코퍼 프로덕츠(Revere Copper Products)는 1월에 데이터센터 및 전기화 수요 대응 확장 자금 마련을 위해 2억 750만 달러 규모의 신용 대출을 확보했다. 한편 새로운 구리 광산 개발에는 7~10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며, 1990년대 이후 구리 발견율은 70% 급감했다. 공급 증가가 수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다.
작성자 관점
J.P. 모건의 33만 톤 공급 부족 전망에서 투자자가 주목할 핵심은 AI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구조적 수요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구리 수요 모델은 전기차·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구성됐는데, AI 인프라는 여기에 전혀 새로운 수요 층을 추가했다. 초대형 AI 시설 1곳이 최대 5만 톤의 구리를 소비한다는 수치는, 단일 프로젝트의 수요가 국가 단위 공급 변수와 맞먹는 수준임을 의미한다.
공급 측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그레이스버그 재가동 속도다. 2분기 재가동이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하반기 85% 복구 목표는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다. 지하 광산 운영은 안전 확인 절차와 장비 복구에서 예상치 못한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재가동 일정이 3분기로 밀릴 경우, J.P. 모건의 33만 톤 부족 전망은 더 확대될 수 있다.
관세 변수는 양방향 리스크를 지닌다. 미국 내 사재기로 COMEX 재고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재고 과잉이 오히려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관세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부과되면 글로벌 공급 경색이 더 심화돼 비미국 시장의 가격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
S&P 글로벌은 구리 수요가 2040년까지 4,200만 미터톤으로 현재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는 2040년까지 약 80개의 새로운 대형 구리 광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허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이에 한참 못 미친다. 구조적 공급 부족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10년 이상의 투자 사이클에 걸친 문제다.
참고자료
- J.P. Morgan Global Research, "Copper Market Outlook", jpmorgan.com, 2025-11-28
- Freeport-McMoRan, "Freeport Provides Update on Restart Plans for Grasberg Minerals District", 2025-11-18
- Mining.com, "Freeport says it's on track to restart Grasberg copper mine after deadly mudslide", 2026-01-22
- Goldman Sachs (via mining.com), "Goldman lowers copper supply forecast on Grasberg disruption", 2025-09-25
- CME Group OpenMarkets, "Three Forces Shaping Copper's Path Forward",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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